<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자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20대 국회 의정활동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

“완벽하다시피한 철옹성이 ‘펑’ 터진 겁니다.”

20대 총선 전북 전주을에서 승리한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자(62)의 화두는 ‘지역 장벽’이다. 그는 지역장벽을 ‘뼈를 깎는 추위’ ‘외발통(한 바퀴)’에 비유했고, 이를 깨는 일은 “일제 식민지하 독립운동처럼 지금 한국 정치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정 당선자는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1위로 예측된 직후부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결국 그는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후보를 111표, 0.1%포인트차로 꺾고 20년 만에 전북 지역에 보수 여당 깃발을 꽂았다.

정 당선자는 25일 서울 서초동 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서 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띠뿌리(모근)처럼 야당이 조직돼 있는 곳에서 간절하게, 처절하게, 온몸을 던져서 했는데 이겼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2010년 전북지사 선거(득표율 18.2%), 2012년 19대 총선(35.8%)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뒤 3번째 도전이었다.

성공한 농업인에서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그가 ‘험지 중 험지’에 재차 도전한 이유는 뭘까. 정 당선자는 “(첫 출마 때 보니) 시·도의원 중 여당이 한 명도 없었다. 껍데기는 민주주의인데 내용은 일당 독재”라며 “이를 깨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 동안 두 가지 목표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정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몇몇이 깼다고 했지만, 지역장벽은 그대로 있다”며 “이런 정치의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석패율이나 권역별 비례제도 도입이 최저선이고, 궁극적으로 지역장벽을 깨는 것을 목표로 개헌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목표는 “가장 낙후된 전북 경제의 정상화”다.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를 두고는 ‘심판’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정 당선자는 “야권이 잘했다기보다는 여당이 공천 파동, 옥새 파동으로 오만함을 보인 것을 심판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위기 수습 모습에도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지금처럼 ‘계파전’으로 읽힐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며 비상대책위원장을 계파에서 먼 외부인사로 영입할 것을 주장했다. 자신이 비대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데에도 “당이 위기인데 당인으로서 뒷짐을 지고 있지는 않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아직은 그를 촛불집회 당시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파동’으로 157일 만에 농식품부 장관에서 사퇴했다. 정 당선자는 “좀 더 시간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절차와 과정을 겪었다면 그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국민들에게 잘못한 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전혀 관계없는 3대 허위사실이 퍼지며 ‘공포 드라마’가 된 데 대해선 10년째인 2018년 6월10일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